햇살이 유난히 따뜻한 오후, 창문을 열자 부드러운 바람이 방 안을 가로질렀다

햇살이 유난히 따뜻한 오후, 창문을 열자 부드러운 바람이 방 안을 가로질렀다.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날. 삶이 꼭 거대한 사건들로만 채워질 필요는 없다는 걸 이런 순간에 문득 깨닫는다. 오히려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하루가 가장 소중한 기억이 되기도 하니까.

책상 한 켠에 놓인 오래된 다이어리를 펼쳐보니, 예전에 적어둔 문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. “지금의 너는 예전의 네가 바라던 모습일까?” 그 문장을 읽는 순간, 묘한 감정이 마음을 건드렸다. 분명 부족한 것도 많고, 아직 못 이룬 것도 많지만,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.

때때로 우리는 너무 멀리만 바라보느라, 지금의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지나친다. 하지만 삶은 늘 앞으로만 나아가는 게 아니라, 잠시 멈춰서 돌아보는 일도 필요한 법이다. 그렇게 돌아본 자리에서 "그래도 여기까지 잘 왔다"고 말할 수 있다면, 그건 꽤 괜찮은 하루다. 오늘처럼 아무 일도 없지만 마음 한 켠이 따뜻한 날이면 더더욱 그렇다.